여행은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간다.

흔히 그냥 쉬러 간다는 것조차 ‘쉰다’는 목적이 있기에 떠나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 역시 다양하다. 오로지 쉬기 위한 여행, 싼 맛에 가는 여행, 신혼여행, 가족여행, 기업단체의 인센티브 여행 등 목적없는 여행은 없으며 목적지 없는 여행 역시 없다.
이런 의미에서 여행의 합목적성은 당연하다.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여행의 또 다른 목적성을 지난 한 주 경험했다.
이것이 여행인지 혹은 이동 과정 중 발생하는 ‘교통수단과 숙박시설의 이용’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여행업의 가장 중요한 판매 수단중 하나인 교통과 숙박에 대한 매출과 수익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속초로 향하는 ‘포켓몬’ 얘기다. 해당 게임 매니아의 숫자에 대해 솔직히 우습게 여겼다. 알고보니 100만여 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무시 못 할 숫자다.

속초로 향하는 그들의 움직임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평소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기꺼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목적을 몇 배 이상 이루고자 하는 인간 본성에 이끌려 당일치기가 1박으로 늘어나고 1박이 2박으로 늘어나고 있다.

몇 년전 유럽의 때 아닌 붐이 일어났던 시절로 잠시 가보자.
대중문화계에서 원로측에 속하는 5명의 노인들이 어울리지도 않는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한국인의 영원한 여행 로망지인 유럽으로 떠났다. 화면에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장소들이 나왔을 뿐이고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다녀온 곳이기에 새롭거나 신기할 것 하나 없던 곳이였다. 장소의 유명세 때문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그들의 가깝거나 혹은 먼 여행지를 다니면서 상상조차 못했던 곳들이 이른바 ‘대박 여행지’로 한 시절을 보냈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꽃할배’가 떠난 이유와 목적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고 출연 당사자들은 시청율과 관계없는 각자의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은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共感)을 남겼으며 이 측정 불가능한 ‘感’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먹고 사는데 도움을 받았다.

여행사와 항공사에 쏟아지는 온갖 ‘항의’와 이른바 ‘컴프레인’들은 그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방해가 되었거나 목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는 소비자 자체 판단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여행은 무엇보다 ‘합목적성’이 가장 중요하다.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됐다. 이제부터 한 달 가량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항의’와 ‘불만’들이 쏟아지는 시기다.
큰 집단은 큰 집단대로 작은 집단은 작은대로 각각의 대처 방법도 있을테고 노하우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도 있고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할 수 있다.

피곤한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떠나는 이들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이 사실만 인지한다면 조금이나마 덜 피곤한 성수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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